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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해외 여행

싱가포르에서 보낸 2박 3일

[출처 : Rockyshore 원문 보기 ]

여행 때문에 싱가폴을 가게 된 것은 아니어지만, 어쨌든 2박 3일을 싱가포르에서 머물게 되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일부러 싱가포르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사는 곳 비슷함이 있지만 그래도 각 나라마다 사는 방식에서 다양함이 있을테니 무엇이 다른지 호기심이 간다.

여행이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온것도 아니요, 맘먹고 실컷 모든 곳을 가본것은 아니라 내 자신도 여행기로 분류해야 할지 참 애매하지만..
여행자의 마음으로 가볍게 둘러보았으니 간편 여행기라고 할수는 있을것 같다.

숙박정보를 알아보면서 느낀것은 일단 "비싸다..."
실제로 직접 방문해본 싱가포르는 물가는 비싸다는 느낌이었다.
저렴한 숙소를 찾고 싶어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저렴한 숙소란 내 기준에서 50달러 미만이었는데,
퀸사이즈 베드 2인실에서 묶으려면 얼마가 드는 것일까?
검색 결과 30~50달러 사이에 호텔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앞선 여행자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싼 곳은 이유가 있는것이었다.
30~50 달러의 가격에 2인실이 가능한 호텔은

1.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2. 단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이 아니라, 그 위치가 참 적절치 않았다.. 그곳은 "홍등가"
많은 여행자들의 코멘트는 "문란하다"는 말이 많았다.
나는 나를 시험에 들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Little India에 위치한 backpackers 였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할 수 있었다.
숙박 컨디션은 그 동안 묶어봤던 backpackers에 비해서 떨어졌지만 나머지 시설들은 깨끗하게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싱가포르 사람들도 위생 가념은 높은듯 하다. 겉은 허름한 건물들의 내부 시설들은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있었다.

다음날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저렴한 호텔에서 하루 숙박을 했는데, 저렴하다는게 여기 숙박비 치고 저렴하다는 것인데
100달러였다. 다운타운에서는 100달러가 숙박의 마지노선 같았다.
맘먹고 돈 쓰러온거 아니면 길게 있을곳이 못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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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ttle India 내의 시장 풍경

내가 온 곳은 과연 어디일까?
온통 인도 사람들, 사정없이 꼬불꼬불하게 생긴 그들의 언어 타밀어, 손으로 카레와 밥을 맛있게 비벼먹는 사람들, 상점 앞을 지날때 마다 뽕끼가 넘쳐 흐르는 인도풍의 음악들.

말레이시와 비슷하게 싱가포르는 3인종의 각축장 같았따.
중국인, 인도인, 말레이인 3인종이 섞여서 살지만 각자의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면 이것.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내가 현지인들에게 반복적으로 물어본 질문이 있었다.
중국인에게 "당신은 자신을 중국인으로 생각하나요 아니면 말레이시아 인으로 생각하나요?"
많은 경우 그들은 "나는 중국인이요"라고 대답하였다.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이민을 왔다고 했던 택시기사.
"당신은 자신을 인도네시아인으로 여기나요 아니면 싱가포르 인으로 여기나요?"
"인도네시아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나는 인도네시아인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난 싱가포르인이예요."

두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다민종이 섞여서 살지만, 말레이시아보다는 싱가포르가 민족적 융합을 이루어 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약간 대화를 나눈 부분이 있었는데,
1. 언어통합 (영어)
2. 교육
두 가지가 큰 역할을 하는듯 했다.
금발, 갈색의 서양사람들도 정말 많았고, 싱가포르에 온 나의 느낌은 동서의 중간 지대에 와 있는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여기까지 왔으니 어디를 가볼까?
Universal studio? 너무 비싸다..
Lego land? 어릴때 부모님이 레고를 사주신적이 없어서 레고 랜드를 가도 동심이 불러일으켜 질거 같지가 않다..가 아니라 가면 아이가 되서
진짜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놀거같기도 하지만..
지출이 많이 되는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gardens by the bay"
식물원이기도 하고 인공적으로 멋지게 꾸며놓은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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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T 라고 부르는 싱가포르 지하철

어떻게 Gardens by the bay 를 갈 줄 몰라서 현지인에게 버스나 지하철 중에 뭘타고 가는게 좋은지 물어보니 MRT 가 좋단다.
내가 머무는 Little India 에서 가까운 역 Rochor 에서 목적지까지 3정거장 밖에 안되는구나!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모르고 잡았지만 숙소 위치 하나는 끝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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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도 $1.5 지하철 티켓. 생기긴 종이 쿠폰처럼 생겼지만 센서가 인식을 하는 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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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dens by the bays 대형 tree

Gardens by the bays 를 처음 본 느낌은 "화려하다, 웅장하다"
멋진 음악이 들려오고, 그 음악에 맞추어 대형 tree 의 조명이 바뀌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Marina Bay Sands 호텔로 연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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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tel Marina Bay Sands
앞에서 직접보니, 우와 진짜 크다.
이런곳에서 숙박하고 저 위의 수영장에서 내려다보며 물놀이는 하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하다.
하지만 그걸 알고 싶어서 숙박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루에 30만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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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의 내부

dsc_0907▲ Shops at the Marina Sands

많은 인파를 따라 발걸음을 같이 옮기다보니 이곳으로 들어왔다.
거대한 쇼핑몰. 규모에 한번 놀라고 거대한 인파에 한번 놀랐다.
그리고 내부에 나룻배가 왔다갔다 할수있는 나름의 "운하"도 있었다.

이러저리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갑자기 "쏴~아"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dsc_0917▲ 모형 지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같은 물

짧은 시간이지만, 싱가포르는 건축물과 인테리어 같은 인공 조형물에 많은 관심을 쏟는듯 했다.
화려하고 신기하고 보는 이들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 것들이 많았다.
그나저나 저기 서서 물 한번 맞아보고 싶네^^;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쇼핑몰 내의 저 많은 인파는 분수쇼를 보고 나오는 인파였다.
20정도 남짓이었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싱가포르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분수쇼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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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ps at the Marina Sands 의 야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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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져 불빛, 불꽃, 비누방울과 음악이 어우러지던 분수쇼

여수에서 보았던 빅오쇼와 궂이 비교를 한다면 훨씬 작은 규모이지만, 창조적이고 다양한 효과들이 나름 흥미로웠던 분수쇼.
혼자 보기는 아까워서 동영상으로 공유해본다.

분수쇼가 끝나고 많은 인파는 언제 그랬냐는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싱가포르는 밤의 도시라고 부를만큼 야경이 멋졌다.
개인적으로 많은 국제도시들의 야경을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본 곳들과 비교하자면 제일 괜찮은 축에 속했다.
(두바이, 도쿄, 호치민, 쿠알라룸푸르, 방콕)
아내의 말로는 상하이는 여기와 비교도 안된다고하니 언젠가 상하이에 가서 멋진 야경을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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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에서 2박 3일 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나름 눈이 호강해서 즐겁고, 신기하고 그치만 피곤함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역시 "Country style" 인가보다. 영어로 써서 뭔가 포장이 된 듯 하지만...난 그냥 천상 촌놈인가보다.
대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이사하여 산을 보고, 들판을 보고, 새소리를 듣고..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든 나의 느낌은 "다시는 도시에서 못살겠다"였다.

깔끔하고 질서있지만 복잡하고 빠른 무언가 말할 수 없는 "흐름과 분위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사는 수백만의 사람들 다 나름의 즐거움과 이유를 발견하고 살겠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여기서 사람이 어떻게 살어" 천상 촌놈의 발언이었다. ㅋㅋ

깨끗하고 화려하고, 모든 인프라가 잘 발전되 편리하고 잘 정돈된 곳. 하지만 높은 물가, 복잡함.
개인적 이유로 1년에 몇달은 머물게 되는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가 사랑스러워졌다.
현지 식당에서 한끼에 7~8링깃. 한화로 2000~3000원 사이.
저렴하고, 시내가 작아서 조금만 벗어나도 아주 조용하고, 바다가 잔잔한 그리고 바쁜 현대의 생활속에 익숙해져 굳어진 얼굴로 서로를 지나치는 싱가포르보다는 모두에게 "미소"지어줄 수 있는 코타키나발루가 나는 더 좋았다.

싱가포르는 법이 세세하고 매우 엄격하다는 말들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인터넷에서도 그리고 처음 싱가포르를 갔을때 택시기사가 해준 말도 그랬다.
길에 쓰레기 버리거나, 길에서 껌을 씹거나, 길에서 술을 마시거나하면 벌금이 부과되는 등등 수많은 법이 존재한다.
길에서 애정행각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했던가?
엄격하고 세세한 법 때문에 질서나 치안의 유지는 좋은듯 했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웬지 뭣 모르고 무언가 했다가는 끌려가서 곤장이라도 맞을거 같은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곳의 느낌은 비슷하더라.
무단 횡당돈 많고, 그래서 상당히 깨끗하지만 후미진 곳은 쓰레기가 있었다.
뒷골목에서 키스를 나누며 오는 연인들도 보았다. (중국계인것으로 보아 아마도 현지 싱가폴인인듯.)

시민 의식 자체가 높아서 자발적으로 배려하거나 질서를 유지한다는 느낌보다는, 법이 많아서 그런듯 하다.
아무래도 개개인의 시민 의식이 높아서 사회 질서가 유지되는 유럽 국가와는 다른듯하다.
내 생각엔 법이 너무 많고 사생활의 영역까지 깊히 제약을 가해서 웬지 경직될거 같았는데, 사람들은 나름 자유로워 보였다.

그게 어디든 여행은 그 자체로 좋더라.
아름다운 곳은 힐링이 되서, 저렴한 곳은 상대적 빈곤을 느끼지 않고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내가 사는 곳 보다 좋은 곳은 그런 곳에 가보아서 좋고, 내가 사는 곳 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은 내가 사는 곳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