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마량으로 자주 낚시를 다니곤 했다.
이유인즉 광주에서 약 100km 정도 나오는 남해 치고는 계산해본 결과 최단 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강진부터 마량까지 국도 주행을 해야하는 탓인지 거리에 비해 시간은 별로 단축되지는 않는것 같다)
언젠가부터 마량을 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낚시를 다니면서 마량에서 낚시하던 기억은 까마득 해져간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포인트였던거 같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다른 포인트에 비해서 비교적 한산했던거 같고 (주중에 출조해서 그랬나?) 대박 조과를 낸적은 없지만 조금씩 무언가를 내주던 포인트 였던거 같다.
작년 이맘때 마량에서 했었던 낚시를 떠올리며 조행기를 적어본다.
마량으로 가는 길목에서 보이는 월출산.
들판이 유난히 푸르스름한듯 한데, 올해의 저곳 풍경이 어떨지 궁금하다.
가는 길에 들린 낚시방. 3-1-1로 밑밥을 개어서 포인트로 이동한다.
낚시방에서 손님을 맞아준건 주인이 아니라 ”주인집 개”
뚱한 표정으로 무슨 말이라도 할 것 같다.
”우리 주인이 잠깐 마실 나가셨다오. 댁은 무슨 일로 오셨수?” 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거니?
가끔 동물들의 얼굴을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아직 말문을 떼지못한 아이같다는 생각 들때가 있다.
동물들은 참 순수하고 귀엽다.
사람처럼 꾸밀줄도 모르고, 감출줄도 모르고. 그래서 좋다.
자리잡은 곳은 신마쪽 해변.
이미 현지인들로 보이는 분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저 자리를 보니 몇년 전에 감성돔을 잡았던 기억이 난다. (아래 링크 참조)
http://blog.naver.com/how2catch/220165927662
채비는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1호 찌낚시대, 2500번릴, 2.5호 원줄, 1.5호 목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ROCKYSHORE 의 RS-2 찌를 사용했다.
맑은 날, 물색이 좋을때 핑크색의 시인성은 더욱 돋보인다는 개인적 느낌이 있다.(ROCKYSHORE RS-2)
찌가 스르륵 잠기더니, 챔질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없었는데, 미니어처 감성돔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잡아본 감성돔 중에 가장 작은 사이즈이다.
생각보다 입질도 없고, 계속 깻잎 사이즈의 감성돔만 올라와서 포인트를 이동 했다.
포인트는 마량 방파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전형적인 맑은 가을 날씨였다.
하늘은 쪽빛이고, 바람은 잔잔하고, 햇살은 따스하고.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캠핑의자와 원투 낚시대
저기에 앉아서 시원한 캔 맥주 한잔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입질을 기다리는 것도 여유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찌 낚시 위주로 하느라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나중에 언젠간 한번 해봐야지.
방파제 밑으로 내려와 약산 대교를 바라보며 채비를 드리워본다.
조류는 비교적 잔잔하고, 20~30m 전방..
수심 약 10m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살포시 잠기는 입질에 챔질을 해보니, 힘을 많이 쓴다.
이렇게 힘을 쓰는 녀석은 대물 감성돔이면 좋겠지만, 숭어가 큰 대가리를 물 밖으로 빼꼼이 드러내었다.
방파제 끝바리 부분에서 감성돔 낚시를 하는 현지 조사님들?
간간히 감성돔이 한마리씩 올라오지만, 씨알다운 씨알은 나와주고 있지가 않다.
입질이 뜸한 틈을 다서 풍경도 보고 좌우로 다른 조사님들의 입질 상황이 궁금해 두리번 거리는데..
물에서 뭔가 큰 물체가 나오는 것이다! 아니 저건 뭐지?
사람이었다…ㅡ.ㅡ;
아무래도 모자도 쓰고, 토시도 하고 낚시하러 오신거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아…물에서 낚시 가방을 꺼내신다.
낚시 가방이 물에 빠져서 물로 뛰어들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고가의? 장비가 들어있는 가방이 물에 빠지니 앞뒤 보지않고 물로 뛰어드셨던듯 하다.
그런데 이쪽 조류가 꽤 빠르고, 수심도 깊은 편인데…무사히 상황이 종료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좀 아찔했다는 생각이든다.
구명조끼도 없이 좀 무모한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나도 예전에 욕지도에 놀러갔을때, 릴 3개와 구멍찌 수십개 등이 들어있는 가방이 물에 빠져서, 순간 뛰어들까하는 충동을 느꼈던적이 있었다.
(관련 글 아래 링크 참조)
http://blog.naver.com/how2catch/50193718356
조류는 천천히 흐르고, 해가 지면서 바람이 살랑살랑 불기 시작한다.
그 무렵 들어온 어신.
몸부림에 정확히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감성돔이 드디어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이즈는 25~30cm 사이 정도 되어보인다.
한마리 나온김에 한마리를 더 추가하고 싶어서, 해가 거의 넘어가 찌가 잘 안보이기 시작하는데도 버티고 있었다.
RS-2의 핑크색이 어두울 때에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시인성을 확보해주었다.
오기로 한마리 더 추가한 감성돔.
숭어포함 3마리를 잡았다.
정리하고 갈무리하는 사이 주변은 이미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해가 지고, 다리에 조명이 들어오니 진짜 밤이 된거 같아 마음이 초조해진다.
당일치기 낚시를 할 때에는 밤에 철수하게 되면, 좀 엉뚱한 생각 같은데, 모두가 잠자리에 든 자정이나 늦은 저녁에 집에 들어간다는게 뭔가 엇박자로 사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인지..아무튼 낚시하다가 해가 넘어가고 밤이 되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퇴근해야 될 거 같나보다.
넘치는 손맛은 아니었지만, 좋은 날씨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긴 한가롭고 여유있는 낚시였고, 나와준 고기는 덤으로 주어진 것이니 즐거웠다.
고기를 잡으로 갔는데 고기에 연연하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요즘엔 예전만큼 그냥 낚시하는 상황 그 자체를 즐기는 여유는 많이 없어진거 같다.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짜릿한 손맛이나 결과를 더 원하는 내가 된거 같아 좀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며 그때의 여유를 잠시나마 느껴보고, 또 다시 되찾아서 즐길날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위안도 삼아본다.
내가 좋아했던 마량의 풍경을 끝으로 블로그 작성을 마쳐야겠다.
바다로 한참 뻗어나가는 마량 방파제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경계선을 그어 놓은것 마냥 위치한 고금대교
은은한 야경의 고금대교
반짝 반짝..따뜻한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마량의 바다
아담한 마량의 전경
마지막으로 마량에 가면 언제나 즐겨먹던 짬뽕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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