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Rockyshore 원문 보기 ]
어려서부터 이런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둥글게 둥글게 지내라고"라고 ...
좋은 의미에서 한 말일 수 있겠지만, 어쩜 이 말은 관계에 대한 책임의 짐을 몽땅 나에게 지우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궂이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상대가 어떠하든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럴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되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내가 포용력 있게 넘어가 주었다고 하자. 그런데 상대가 나의 호의를 계속 이용하면서 한계를 시험한다면?
그때 상대의 말 혹은 행동이 너무 부당하고 화가 나게 했지만 그냥 넘어 갔는데, 마음 속에 분노가 없어지지 않아서 그 사람을 볼때마다 생각난다면?
혹은 상대가 하고 있는 잘못은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하거나 피해를 주는 행동인데 이번에 넘어가 준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되지 못하고 앞으로 또 반복 된다면?
나는 원만한 관계를 위해 큰 잘못을 둥글게 넘어갔다. 그런데 상대가 나의 작은 잘못을 물고 늘어지면서 나와같은 포용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때에도 여전히 둥글게 둥글게 지낼 수 있을 것인가?
나의 내면의 소리와 감정, 마음을 억누른채로 얼마나 오랫동안 둥글게 둥글게 지낼 수 있을것인가?
인간은 감정을 가졌고 그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표현함으로 해소하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가고 내 감정을 외면하게 된다면 감정은 쌓이고, 그 감정은 켜켜이 쌓여 나중에 응축된 에너지의 양이 커져서 나중엔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나란 사람은 완벽한 인간도 아니고, 모든 상처를 "허허"하고 웃어 넘길 수 있는 보살도 아니다.
겉으로 "허허"하고 여유롭게 웃어넘기는 그 순간에 실제로 내 마음도 "허허"하고 웃을 수 있는가?
가까운 관계로 계속 지내고 싶다면 상대가 변해주거나 내가 보살이 되거나 둘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둘중에 어느것도 되지 않는다면 거리를 두는 수 밖에.
그러나 상대와 안전한 거리를 두려고 할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 이유는 관계가 이렇게 된것은 "누구의 책임인가?"하는 문제가 슬며시 떠오르면서, 책임의 시비를 가리는 일이 생기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생기면서 상처는 더욱 커지는 일이 생기는것 같다.
누구의 책임일까?
내 책임 일수도 있고, 상대의 책임 일수도 있고 사실 서로가 책임을 어느 정도 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처음부터 서로의 많은 부분에서 너무 달랐고, 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서 관계에서 어려움이 이미 예견되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책임은 너 혹은 내가 아니라 현재로선 극복하기 어려웠던 너무나 큰 차이, 다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떤 이유이든 혹은 그게 누구이든 상대와 "안전한 거리"를 재설정 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제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상대를 버리는 것 같고 누군가는 버림을 받는거 같은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멀리 생각한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다가 다시는 얼굴도 안 볼 끝에 이르는 것 보다,
차라리
서로 덜 힘든 다른 형태로라도 유지가 되고, 그러한 여지가 남아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더 잘 대할 수 있을 때에는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여지가 생길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어쩜 "재도약"을 위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왜냐하면 "안전거리"라는 것이 서로가 다치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목적이지, 정말 버릴 것이었다면 거리 자체를 두려고 하는것이 아니라 끊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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